[마이크로바이옴 특파원 리포트] -“내 장 속 미생물, 진짜 성격도 바꾸나?”
우리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뭘 먹을지 고민하고, 때로는 급하게 끼니를 때우고, 가끔은 이유 없이 기분이 꿀꿀해지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내 장 속에 사는 미생물들이 내 기분이나 성격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처음 들으면 좀 황당하고 우스울 수 있지만, 실제로 요즘 과학자들이 아주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는 주제예요. 우리 장 속에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 이른바 ‘마이크로바이옴’이 살고 있는데요, 이 작은 생명체들이 단순히 소화만 돕는 게 아니라, 우리의 면역, 감정, 집중력, 심지어는 성격에도 영향을 준다고 해요. 즉,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이 이 친구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 결과로 우리 기분이나 행동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거죠. 놀랍지 않나요? 이번 글에서는 장 속 미생물들이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들과 어떻게 더 잘 지내며 건강한 삶을 만들 수 있을지, 흥미롭고도 유쾌하게 풀어보려고 해요. 자,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 1. “나는 너의 장 속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 미생물의 고백
안녕? 나는 너의 장 속에서 살고 있는 락토바실루스 존슨이야. 벌써 너랑 함께한 지도 10년이 넘었지. 처음 네가 모유 수유를 하던 시절, 나는 유산균의 친구들과 함께 너의 장에 터를 잡았어. 그땐 깨끗하고 조용했는데, 요즘은 많이 바뀌었더라. 특히 네가 컵라면 3일 연속으로 먹었을 땐, 솔직히 말해서 이사 가고 싶었어.
우리 미생물들은 그냥 거기 붙어 있는 존재가 아니야. 너의 소화, 면역, 그리고 무엇보다 정서적인 안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최근 과학자들도 우리를 “제2의 뇌”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네가 우울할 때 갑자기 초콜릿이 당기는 이유도 사실 나 때문일 수 있어.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의 대부분이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 알고 있었니?
우리끼리는 항상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 좋은 음식이 들어오면 신이 나고, 나쁜 게 계속 들어오면… 음, 솔직히 말해서 싸우기 시작하지. 나쁜 균들이 세력을 키우면 장 내 환경이 산성화 되고, 가스도 더 차고, 변비나 설사가 반복돼. 그리고 그 영향은 곧바로 네 감정과 집중력, 나아가 성격 변화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야. 유산균만 먹지 말고, 우리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도 챙겨줘. 양파, 마늘, 바나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것들 말이야. 그래야 우리가 힘을 내서 너를 더 잘 도울 수 있어. 우리와 함께하면 네 기분도 더 가벼워질 거야. 약속할게.
🧬 2. “기분? 우리가 만들어!” – 미생물이 감정에 미치는 진짜 영향
우리가 감정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아직도 ‘설마?’ 싶은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이야. 우리 마이크로바이옴들은 뇌와 직접 통신하는 ‘장-뇌 축(Gut-Brain Axis)’의 핵심이야. 네가 아침에 배 아프다고 느끼는 순간, 뇌는 우리 쪽에서 보내는 신호를 그대로 받아들여. 그건 단순한 배탈이 아니라, 정신 상태의 알람일 수도 있어.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장에서 생성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지? 바로 우리가 그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거야. 만약 장 내 환경이 안 좋아지면, 이 세로토닌 생산량도 뚝 떨어져. 그렇게 되면 우울감, 무기력, 짜증 같은 감정이 더 쉽게 찾아오지. 네가 아침에 별일도 없는데 이유 없이 짜증 나고, 일에 집중 안 되는 날? 우리 입장에서는 “세로토닌 공장 멈췄다”는 의미야.
더 놀라운 건, 우리 중 일부는 도파민 생성도 도와. 도파민은 동기부여와 관련 있는 물질이지. 게임할 때, 맛있는 음식 먹을 때, 우리가 너에게 ‘보상’을 주는 거야. 하지만 패스트푸드나 당이 많은 음식에만 반응하게 되면, 우리도 혼란스러워져. 원래는 건강한 식습관에 보상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엇나가버린 상태지.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우리 중에는 정말 “성격을 바꾸는 미생물”도 있어. 특정 미생물이 많으면 사람은 더 외향적이고 낙관적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미생물들이 지배하면 더 불안하고 폐쇄적인 성향이 강화돼. 사람의 성격이 고정된 게 아니라, 장 내 환경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최근 연구자들도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어.
그러니까 네가 건강한 성격, 밝은 기분을 원한다면? 우리를 기쁘게 해 줘. 섬유질, 발효 음식, 규칙적인 수면.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최고급 연료야. 우리가 행복하면, 너도 진심으로 행복해질 거야.
🧪 3. “너는 네가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 생각해. “나는 내가 먹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맞는 말이긴 한데, 반만 맞아. 진짜로 널 만드는 건, 그 음식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지. 왜냐하면 우리는 너의 소화관 곳곳에서 대사 물질을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들 이거든.
예를 들어, 네가 통밀빵을 먹었다고 해보자. 겉으로 보기엔 그냥 건강한 탄수화물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식이섬유 파티야. 식이섬유는 우리에게 없어선 안 될 생존 연료거든. 우리가 그걸 분해하면서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s)이라는 걸 만들어. 이 물질은 너의 면역력을 높이고, 체내 염증도 줄이며, 뇌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줘. 어떻게 보면 진짜 ‘행복을 만드는 연료’야.
반대로, 네가 가공식품이나 설탕 범벅 음식을 자주 먹으면 어떻게 되냐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다 죽어. 아니, 정확히는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번식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가스도 더 많이 나오고, 배도 자주 더부룩하고, 심지어는 기억력 저하, 우울감 증가 같은 현상도 따라와. 우리가 너를 도우려면 먼저 네가 우리를 도와야 해.
요즘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숫자(칼로리)로만 계산하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질을 따져. 네가 사과 하나를 먹느냐, 사과주스를 마시느냐에 따라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 식이섬유가 살아있는 ‘진짜 음식’을 먹어줘. 그러면 우리는 감동해서 너에게 최고의 건강을 선물할 거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너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행복해야 네가 진짜로 잘 살 수 있어. 건강은 결국, 우리와의 공생에서 시작되는 거니까.